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08:42

 

 

표백세대라는 말로 요즘의 2030세대를 부른다. 절망의 색이 시커먼 먹구름이 아니라 더이상 더할것도 없는 흰색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붙여준 세대이름.
'자살'이라는 소재로 쓴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김영하의 소설에서는 자살을 설계하고 도와주는 S가 다른 사람의 자살을 쉽게 도와주지만, 여기서는 젊은이들을 자살로 이끄는 존재는 이미 먼저 자살을 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세연'이라는 대학생이 사망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5년후에 그의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자살을 한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완제품속에서 그저 하나의 부품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의 마지막 발악이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작품속에서도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며 경제적 곤란에 허덕이는 모습,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모습들은 지금의 대학생의 모습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열정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사회적인 장치가 그들에게는 야박하게 만들어졌는데 더 이상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건지 곱씹어보게했다.
누구나 다 이 책 내용에 대해 공감을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느끼는 문제의식이 문학과 잘 어우러져 신선한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책도 이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06:03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광화문에 촛불을 들었던 그 시기에 내가 했었던 또 하나의 행동은,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혹은 ‘경향’ 등에 힘을 실어주는 거였다. 그래서 시작했던 주간지 ‘한겨레21’을 정기구독 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노동OTL’이라는 특집으로 연재했던 기사를 토대로 출판한 책이다. 그때 당시 기사가 너무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라 추가로 책을 구매했었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 지금까지 묵은지마냥 책꽂이에 묵혀두다가 얼마전 친구와 외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생각이 나서 꺼내들었다.

청년노동, 여성노동, 외국인노동, 중장년층노동 이라는 큰 틀안에서 4명의 기자가 실제 노동현장으로 들어가 한달여 시간을 그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지내본다. 여기서 책 제목 ‘4천원 인생’은 그때 2009년 당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구조적, 사회적인 문제에서만 취재했던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동료들을 인터뷰를 하며 써내려간 기사에서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가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이 있었다. 노동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가 없는 빈곤노동에 시달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과연 나아졌을까
기자들이 말한다. 이 기사 자체가 문제제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아직 바뀌어야할것들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임금을 받으며 살아간다면 결고 빈곤노동은 벗어날 수 없고 계층이동은 꿈에서조차 그릴 수 없는 비현실이 된다.

이런 문제를 직접 체험하며 기사를 쓴 기자들이 존경스럽다. 다만 이렇게 그들에게는 그저 체험정도로 기억남는 저 노동이 생계이며 그것조차 상품이 되고 엘리트에게 빼앗기는 것 같다. 빈곤한 서민은 빈곤함과 가난함조차 타인에게 박탈당하며 사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