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17:12

 

 

두툼한 책 띠지에 적힌 글귀가 인상깊다. 손 안에 스마트폰 하나면 멀리 떨어진 타인도 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된사람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함글로 여중생이 자살을 한다. 그냥 보통의 자살같이 보이는 그의 죽음에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은 홍콩이지만 살인과 추리 스릴러가 한데 어우러져 홍콩의 느낌보다 일본소설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지전능한 탐정 아녜도 그렇고 자살한 학생의 언니인 아이의 모습도 쌩뚱맞지만 가끔 하는 그 질문들이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보는 케릭터 같았다.
인간의 양면성, 입체적인 모습을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스토리로 넘어갈것 같은 시점에 엔딩으로 이야기를 맺어준 작가에게 고맙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12:02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계나의 이야기.
단순히 너 싫어하는 의미보다 이 땅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의 지분이 없어서 떠난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그에게는 안정된 연인이 있었지만 가족과 연인을 모두 두고 호주로 떠난다. 계나가 겪는 호주의 일상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문체가 대화체 그리고 계나 입장에서 서술하는 일기같은 느낌이 강하다. 결국 계나는 호주 시민권을 따고 그곳에 정착한다.
계나가 한국이 아닌 호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늘 가난했던 가정, 나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취업시장, 그리고 겨울만되면 견딜 수 없는 추위. 이런것들을 뒤로한채 호주로 간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예전 직장생활같이 하던 선배가 어느날 피렌체의 한 가죽공방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 선배의 이탈리아 생활도 계나같았겠구나싶었다.
“표백”을 읽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접했지만, 조금은 아쉽다. 여성을 화자로 두었지만 능동적인 모습보다 삶 중간중간에 개입을 하는 남성의 모습으로 인해 계나의 용기가 퇴색된 느낌이다. 전반적인 모습은 자기 삶을 개척하고 이끄는 모습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많은 연애사들을 열거했어야하나 싶다.
그래도 작가가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젊은층이 느끼는 바를 표현했다고 본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08:42

 

 

표백세대라는 말로 요즘의 2030세대를 부른다. 절망의 색이 시커먼 먹구름이 아니라 더이상 더할것도 없는 흰색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붙여준 세대이름.
'자살'이라는 소재로 쓴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김영하의 소설에서는 자살을 설계하고 도와주는 S가 다른 사람의 자살을 쉽게 도와주지만, 여기서는 젊은이들을 자살로 이끄는 존재는 이미 먼저 자살을 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세연'이라는 대학생이 사망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5년후에 그의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자살을 한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완제품속에서 그저 하나의 부품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의 마지막 발악이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작품속에서도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며 경제적 곤란에 허덕이는 모습,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모습들은 지금의 대학생의 모습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열정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사회적인 장치가 그들에게는 야박하게 만들어졌는데 더 이상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건지 곱씹어보게했다.
누구나 다 이 책 내용에 대해 공감을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느끼는 문제의식이 문학과 잘 어우러져 신선한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책도 이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06:03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광화문에 촛불을 들었던 그 시기에 내가 했었던 또 하나의 행동은,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혹은 ‘경향’ 등에 힘을 실어주는 거였다. 그래서 시작했던 주간지 ‘한겨레21’을 정기구독 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노동OTL’이라는 특집으로 연재했던 기사를 토대로 출판한 책이다. 그때 당시 기사가 너무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라 추가로 책을 구매했었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 지금까지 묵은지마냥 책꽂이에 묵혀두다가 얼마전 친구와 외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생각이 나서 꺼내들었다.

청년노동, 여성노동, 외국인노동, 중장년층노동 이라는 큰 틀안에서 4명의 기자가 실제 노동현장으로 들어가 한달여 시간을 그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지내본다. 여기서 책 제목 ‘4천원 인생’은 그때 2009년 당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구조적, 사회적인 문제에서만 취재했던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동료들을 인터뷰를 하며 써내려간 기사에서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가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이 있었다. 노동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가 없는 빈곤노동에 시달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과연 나아졌을까
기자들이 말한다. 이 기사 자체가 문제제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아직 바뀌어야할것들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임금을 받으며 살아간다면 결고 빈곤노동은 벗어날 수 없고 계층이동은 꿈에서조차 그릴 수 없는 비현실이 된다.

이런 문제를 직접 체험하며 기사를 쓴 기자들이 존경스럽다. 다만 이렇게 그들에게는 그저 체험정도로 기억남는 저 노동이 생계이며 그것조차 상품이 되고 엘리트에게 빼앗기는 것 같다. 빈곤한 서민은 빈곤함과 가난함조차 타인에게 박탈당하며 사는 세상이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1. 23:35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이라는 책을 읽고 제주 4.3 평화문학상에 대해 찾아봤었다.  그때 알게 된 수상작들을 메모해뒀었다.  그러다 5월쯤 대전에 교육을 받으러 왔다갔다하며 들린 알라딘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냉큼 집어왔었다.  그러다가 12월쯤 꺼내서 읽게 되었다.  시대가 고려시대인만큼 사실 익숙하지 않은 배경에 초판에는 서사를 파악하느라 힘들었다. 

 

상감청자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
주로 읽었던 역사소설은 대체로 조선시대 내자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 이 책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다.

고려시대 대표적 문화유산을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청자를 이야기 할 것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궁궐에서 쓰던 비색청자를 상감청자로 바꾸면서 오고가는 벼슬아치들의 이해타산,

수많은 예술작품을 빗고 만지며 뜨거운 가마 곁에서 평생을 함께하는 도공들의 삶이 그들과 심한 대비를 이룬다.
도공들이 만들던 청자는 대접을 받되, 그것을 만든 도공의 삶은 비참할수 밖에 없던 모습은 지금의 모습도 별반 차이없다고 느껴진다.

수많은 시간은 흘렀지만, 천대받는 그들의 직업이나 삶의 형태는 달라졌을지언정 상대적인 약자에게 가해지는 지배층의 폭력은 계속 반복된다. 이 책도 그렇다.

결국 다물이는, 자발적으로 마을과 도공들을 위해 재단에 받쳐 죽음을 맞이하는 극적인 결말을 보여주지만,

도공들에게 뻔한 해피엔딩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윤누리가 해를 청자에 상감하듯, 많은 도공들이 쌍학이나 구름 등의 모습을 담는것은 아마 천대받던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청자에 남겨놓고 간절히 원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청자를 볼때마다 그 바람을 가득 넣었던 그 모습들의 도공들이 떠오를것 같다.
청자라는 이야기와 고려시대의 배경 그리고 종종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 더해져 흔하지 않은 작품을 만났다. 이런게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관심 밖 분야에서 의외의 서사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것, 이래서 책읽기가 좋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3. 13:30

 

18년 11월에 TVN프로그램 어쩌다어른 방청 당첨이 되어 다녀왔었다.

그때 강의를 하셨던 분이 '이수정'교수님.  그 분의 팬이기도해서 기대없이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어 어찌나 좋던지...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수정교수님의 저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범죄를 유형별로 정리해 그 범죄의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설명했다. 간혹 심리학이나 범죄학에서 쓰는 용어들이 나와서 그 사람의 인지,정서적 수준을 가늠하는데에 낯선 느낌은 있었지만 대체로 어렵지않게 읽었다. 
무엇보다 책 말미에, 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사회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갱생되지 않으면 우리가, 우리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없다. 라고 설명하며 무엇보다 범죄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건 책 뿐 아니라 강의에서도 말씀하셨던거라, 범죄를 연구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아직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구제 장치가 미흡한 현실에서 범죄자에 대한 이해는 범죄심리를 전공한 저자의 이상적인 관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대한 이해가 범죄에 예방에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고해도 미약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지원등의 이미 벌어진 범죄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이상은 사회구성원들에게 그들의 수용을 바라는건 이르다고 본다.
범죄에 대한 단편적인 식견을 보다 넓혀주었고 저자가 바라는 그 사회적 이해가 가까운 미래엔 가능하리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