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5. 4. 22:53

 

 

주변 젊은층의 사람들에게 많은 호감을 얻는 작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황정은'작가에 대해 기대도 많았고 그 작가의 책 역시 많이 추천을 했다.  이 전 읽었던 책이 '정이현'의 책이라 그 여운이 길게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책이다.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소라, 나나, 나기정도? 각자 한사람씩 자기 이야기를 하며 소설은 진행이 된다.  소라의 이야기 나나의 이야기 나기의 이야기...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고 둘의 엄마는 애자.  엄마를 애자라고 칭하며 이야기를 한다.  애자가 전력을 다해 사랑한 남자 금주씨.  금주씨는 나나와 소라를 두고 불행한 사고로 죽음을 맞게된다.  그 이야기는 애자에게 자주 듣지만 소라와 나나는 동화이야기 듣듯 금주씨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듣는다.  애자에게 금주씨가 사랑이었고 그건 애자의 사랑이었다.  소라의 사랑은 소라의 모양대로 나나의 사랑은 나나의 형태대로... 나기의 사랑은 나기의 방식대로 진행된다. 

각자 인생을 살아간다.  사랑도 이어간다.  사랑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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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9. 07:00

페이스북 '책 끝을 접다'라는 페이지에서 보고 구매한 책이다.  사실 우리집에 있는 많은 소설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하는 페이지다.  보면 재미있는 책도 많고 사실 그 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이 전부인 책도 있다.  이 책은 그 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외에도 결말까지 너무 재미있었다.

 

그레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다정하고 잘생기고 심지어 이름도 '잭 엔젤' 얼마나 멋진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그레이스.  게다가 그레이스 역시 완벽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그 부부의 모습은 완벽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일 뿐.  그레이스와 잭의 사이는 사실 인질과 인질범의 모습이다.  손님들이 가고나면 잭은 그레이스를 샤워실이 딸린 작은 방으로 가둬두고 음식도 주고싶을때 주며 모든 행동에 제약을 둔다.  잭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는 공포의 냄새를 맡고 그걸로 쾌감을 얻는 사이코패스이다.  그레이스가 잭의 곁에서 더 두려운 것은 잭의 목적이 그레이스가 아니라 그의 동생 밀리라는 것이다.

다운증후군의 밀리는 지금 학교기숙사에서 살지만 학기가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와 함께 살기로 한것.  그래서 그레이스는 최대한 밀리가 오기전에 이 상황을 정리하려한다.  그레이스와 잭이 펼치는 심리전이 책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긴장을 더해줬다. 

 

결말이 갑작스레 정리되는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그레이스에게는 가장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아쉬운건 그레이스와 잭의 사이를 조금 의아하게 바라봤던 에스더의 분량이다.  조금은 더 나올꺼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종료되어가는 시점에서 조금 나타난것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단숨에 읽었던 책이었고 이 책 이후에 두권의 책을 더 읽고 있지만 가끔 그레이스의 감금생활이나 이런것들이 종종 생각난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7. 13. 01:47

 

한 미술복원가에게 독특한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은 30년정도 된 운동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 운동화는 두짝다 있는것이 아니고 오른쪽은 분실, 현재는 왼쪽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상태가 굉장히 좋은것도 아니고 환자로 치자면 사망선고 바로 직전의 상태였던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고가의 미술품만 복원을 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만 복원하는것은 아니다.   죽은 아내가 생전에 그린 풍경화도 복원을 해보고 그의 복원엔 가격, 의로비, 예술적 가치 이런걸 떠나서 그의 손길이 닿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면 복원작업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운동화는 분명히 그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그는 운동화 복원에 많은 갈들을 한다.

그 이유는 그 운동화는 평범한 운동화라기보다 87년 6월의 항쟁의 불꽃이 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였다.  이한열 열사 기념관에서 죽어가던 그 운동화가 그의 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는 수없이 갈들을 한다.  하지만 그 갈등조차 복원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안된다는것을 잘 안다.  운동화는 운동화일 뿐 L을 넘어서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복원의 정답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결국 그는 복원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미술복원가가 민주항쟁의 한복판에 있던 이한열열사의 운동화를 복원의뢰를 받으며 시작한다.  그렇다고 87년도 민주항쟁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은 아니다.  말 그대로 미술복원가의 이야기와 운동화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누구나 다 신발을 신고다니는 요즘, 신발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발길 닿는 곳 모두 함께한 이 신발은 나의 삶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L의 운동화는 단순히 그냥 운동화가 아니다.  하지만 L을 넘어설수는 없다. 


그의 이야기속에는 운동화 이야기 뿐 아니라 자폐아를 키우는 선배복원가의 이야기, 미인도를 복원하느라 가정에 소흘했던 다른 선배의 이야기,  돌아와보니 이미 아내는 말기신부전증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미술품의 복원은 성공적이었으나 가정의 복원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이야기.  이런 주변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져 미술 복원의 이야기와 민주항쟁의 만남이 소설이 되어 새로이 탄생했다.

책을 읽다보면,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가 나온다.  한분한분 돌아가시고 나면 마지막 한 분만 남았을때 그때, 그 당시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게 김숨의 또 다른 소설 '한 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살포시 짐작해본다.


차분하게 생각하며 읽기 좋았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 일어난 민주항쟁을 더운 이 날씨에 읽으니 그때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한열 열사의 다른짝 운동화는 집회 후 분실물로 나왔으나 주인을 찾지못했다는 짧은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왼쪽만 남은 그의 운동화가 더 그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것을 잘 설명해주는것 같다고 느꼈다.


그 어떤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때는, 그것이 죽어 갈 때가 아닐까.  희미해져 갈때, 변질되어 갈 때, 파괴되어 갈 때, 소멸되어 갈 때.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5. 4. 20. 00:28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그의 전작이 요양원에서 100살 생일날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인생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분뇨수거인이던 흑인소녀의 삶의 이야기이다.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타고난 비상함으로 혼자서 셈을 터득하고 타보에게 글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중 타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비상한 두뇌를 가진 흑인소녀 눔베코는 타보에게 많은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다이아몬드를 몰래 손에 넣는다. 아쉬울것이 없는 눔배코는 피트뒤토잇의 해고통보에 조용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날 생각으로 끊임없이 걷게 된다. 
그렇게 걷던 도중에 만취한 백인의 차에 치이게 되고 그 백인의 거짓말(술을 안마시고 눔베코가 뛰어들었으며 백인전옹 인도를 걷있었다는 말)에 그의 집에서 7년간 종살이를 하게 된다. 이것이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며 앞으로 그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 된다. 그 백인은 원자력 엔지니어로 그의 집에서 살면서 여러 세계의 문제 및 핵무기 등에 대해서 접하게 된다. 엔지니어의 사망으로 눔배코는 스웨덴으로 가게되고 거기서 홀예르를 만나게 된다. 영양육포로 알고 있던 그녀의 소포가 실은 3메가톤급의 폭탄이었고 그걸 계기로 그녀의 인생은 그 폭탄을 스웨덴의 국왕이나 수상에게 전달해 무사히 해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즐겁게 읽었다. 눔베코의 일생에서 그녀의 비상한 머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분뇨수거인에서 스웨덴 수상과 국왕을 만나 이야기도하고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스웨덴 대사가 될 수 있었던것 같다. 그렇다고 그녀가 모든일에서 술술 잘 풀리고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뜻하지 않는 위기의 봉착도 있었고 주변인들의 무지로 인해 다된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짜증나는 상황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코를 비틀어주고싶지만 참는단 눔배코의 말이 유머러스하게 다가왔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그녀의 시작은 암울했으나 결국은 그녀의 삶은 사랑도 가정도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존재감도 모두 이루었으니 성공한 삶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