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9. 1. 22. 17:12

 

 

두툼한 책 띠지에 적힌 글귀가 인상깊다. 손 안에 스마트폰 하나면 멀리 떨어진 타인도 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된사람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함글로 여중생이 자살을 한다. 그냥 보통의 자살같이 보이는 그의 죽음에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은 홍콩이지만 살인과 추리 스릴러가 한데 어우러져 홍콩의 느낌보다 일본소설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지전능한 탐정 아녜도 그렇고 자살한 학생의 언니인 아이의 모습도 쌩뚱맞지만 가끔 하는 그 질문들이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보는 케릭터 같았다.
인간의 양면성, 입체적인 모습을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스토리로 넘어갈것 같은 시점에 엔딩으로 이야기를 맺어준 작가에게 고맙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6. 5. 22:34

초​


이미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된 소설이라 제목은 굉장히 익숙하다.  영화는 보지않아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책이 영화보다 인물들의 관계가 단순하다고 들었다.

가정경제파탄으로 조지나, 토비는 엄마와 함께 집을 잃고 차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루앤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고 조지나는 이 상황자체가 짜증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사례금은 500달러.  그 전단지를 보고 조지나는 무릎을 딱 치며 생각하게 된다.  이 상황을 빠져나갈 구멍은 오직 저거야!

조지나는 보라색 노트에 철저하게 계획을 적어 내려간다.  책 제목 역시 조지나가 강아지를 훔치기 위한 계획서의 제목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는 어떤개를 물색해야할지 상세하게 적혀져있다.  짖지도 물지도 않으며 사랑을 받고 주인이 충분히 사례금을 줄 만한 경제력이 있는 집의 강아지여야한다.  그러다가 찾게된 위트모어가에 사는 윌리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것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하지만 막상 윌리를 훔친 후의 숨겨둘 장소가 없다.  계획이 이렇게 답보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 엄마는 차에서 벗어나 숲속 작은 낡은집을 하나 구하게 된다.  그곳에서 몰래 잠을 자기로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않게 된다.  조지나는 점점 더 개를 훔쳐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진다.  그 결심속에서 윌리를 숨길 곳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우리가 쫓겨난 숲속 낡은 옛집!!

결국엔 '윌리'를 훔치고 낡은 옛집에 윌리를 숨겨두게 된다.  낡은 옛집에서 부랑자 무키아저씨를 만난다.  윌리와 조지나의 관계를 다 알고있는 무키아저씨를 만나며 조지나는 많은 갈등을 하게 되고 결국 한단계 나아가게 된다. (여기서 한 단계란 인간이 성숙해짐에 따라 무언갈 배우고 깨닫는 그 한단계!)

결국엔 조지나와 토비, 그리고 엄마는 집을 찾게 되었고 윌리역시 주인을 찾게 되는 해피엔딩이다.  

강아지를 훔쳐 그 사례금으로 집을 마련하겠다는 조지나의 엉뚱한 생각이 귀여웠다.  그 나이가 아니면 그런 엉뚱발랄한 생각을 언제 할 수 있을까?  결국 조지나의 힘으로 집을 얻고 조지나의 계획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조지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키아저씨를 만나서 옳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이 반가웠다.  아이에게 무키아저씨는 단순한 부랑자가 아니라 인생의 조언자같은 존재였다.  조지나의 인생에서 무키아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후의 윌리와 조지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이렇게 가정경제가 파탄이 나고 그로 인해 이사를 하게되고 친구와 떨어져지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조지나처럼 차에서 살지는 않았다.  그때 제일 원망스러웠던것이 부모님이다.  그 부모님 특히 엄마를 향한 조지나의 마음이 그때 나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 했다.  지금은 엄마가 되어 조지나의 시선이 가슴이 아프고 슬프고 절망스럽게 다가왔지만 그때의 나 역시 그랬기에 많은 공감을 주었다.

조지나가 행복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친구에게 모든걸 다 털어놓으며 엉엉 울던 조지나가 너무 짠했다.  앞으로 조지나의 학교생활에는 꽃잎만 흩날리길 바란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17. 03:59



캐비닛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무용 서류나 물품 따위를 넣어 보관하는 장이라고 한다. 소설 제목처럼 무언갈 보관하고 있는 캐비닛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표지만 보면 굉장히 유쾌한 사연들만 있을것 같다.

100번넘게 낙방하고 힘겹게 들어간 공기업 연구소에서 하릴없이 월급만 타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13호의 캐비닛'을 발견한다.  거기에 나온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권박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심토머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또 다른 인간의 형태를 의미하는 듯 하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싶은 사람,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 외계인과 전파교류하는 사람, 몇년간 잠을 자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해괴하기도하고 어이없기도 한 심토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여러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은 궁지에 몰린 인간이 방어기제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심토머들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즐겁기도하고 그들 사연과 이야기들이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 외에 다른 것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래서 꼭 고양이로 변신해야만 하는 그의 사연이나 연구소의 손정은의 직장내에서의 모습은 읽을때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함을 느끼게 했다.

오랜만에 읽었던 한국소설이었고 즐거웠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날 삶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와서 정면으로 우리를 노려볼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않건 간에 이질적이고 이종적인 것들은 우리 곁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세계라는 복잡한 플라스크 용기 속에서 그들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폐허를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