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6. 23. 22:15

표지에 써져있듯이 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고로 그렇게 난해하거나 극심한 갈등이 있기보다는 이 책을 읽게되는 어린이들에게 위안과 생각을 던져 줄 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하늘이는 초등학교 6학년, 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지면 금방 뜨는 유명인사다.  연예인, 방송을 탄 수재 이런거는 아니고 의사부부에게 생후 한달쯤 공개입양되어 매년 5월과 각종 입양관련 행사에 얼굴을 비추다보니 누구나 다 아는 입양인(?)이다.  하늘이의 엄마는 정신과 의사로 각종 건강프로그램등에서 활약하는 유명의사, 아빠는 치과의사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고 다복한 가정으로 입양되어 입양가족의 표본이다.

하지만, 하늘이 마음속에는 늘 이렇게 카메라들과 수많은 관심이 부담스럽다.  과연 엄마가 인터뷰나 각종 언론매체에서 떠는는것처럼 좋은 엄마인가 정말 행복한 집인가 이런 생각과 의심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늘이는 엄마가 위선적으로 보인다.  조금만 아프다고하면 바쁜 와중에 일찍 들어와서 여기저기 살펴보는것도 못마땅하다.  그저 이런 지나친 관심이 가슴에 있는 해마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이는 어렸을때 선천적 심장이상으로 대수술을 했었고 그 수술자국이 마치 해마같다고하여 해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제목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인듯.

하늘이의 감정 갈등은 입양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한살 어린 한강이의 가출을 기점으로 점점 고조된다.  한강이는 분명 입양사실때문에 힘들어서 가출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만난 한강이는 입양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간다.  그 모습에 하늘이 역시 엄마의 가식적으로 보였던 모습과 할머니가 툭툭 내뱉는 한마디들이 그냥 미움, 무관심, 위선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추운 겨울, 하늘이는 할머니댁에서 방학을 보내고 할머니 댁에서 동생을 입양하겠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이야기에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정의 모습을 알려준다.  임신과 출산으로 맺어지는 부모자식관계가 이니라 입양이라는 행정적인 과정으로 맺게 되는 부모와 자식이야기.  작가는 입양에 대해 꽃노래를 부르지도 않았고, 그냥 6학년 아이의 시선을 빌려 그 나이에 하는 고민에 입양이라는 조미료를 살짝 뿌렸다.  아마 하늘이가 입양가정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이유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의심했을것 같다.

종종 이런 청소년문학, 어린이문학을 읽는 이유는 시간떼우기용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읽으면 나의 과거의 잊었던 모습들이 기억이 난다.  그럼 나보다 어린 사람의 고민을 별거아닌걸로 치부해버리거나 나이가 좀더 많다는 이유로 어른대접을 받으려하는 꼰대같은 마인드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없어진다.  그래서 종종 어른들도 이런 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혼자.... >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남주 - 82년생 김지영  (9) 2017.07.18
김숨 - L의 운동화.  (0) 2017.07.13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0) 2017.06.21
정유정 - 스프링캠프  (0) 2017.06.12
톰 롭 스미스 - 차일드44  (0) 2017.06.11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17. 03:59



캐비닛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무용 서류나 물품 따위를 넣어 보관하는 장이라고 한다. 소설 제목처럼 무언갈 보관하고 있는 캐비닛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표지만 보면 굉장히 유쾌한 사연들만 있을것 같다.

100번넘게 낙방하고 힘겹게 들어간 공기업 연구소에서 하릴없이 월급만 타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13호의 캐비닛'을 발견한다.  거기에 나온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권박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심토머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또 다른 인간의 형태를 의미하는 듯 하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싶은 사람,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 외계인과 전파교류하는 사람, 몇년간 잠을 자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해괴하기도하고 어이없기도 한 심토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여러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은 궁지에 몰린 인간이 방어기제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심토머들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즐겁기도하고 그들 사연과 이야기들이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 외에 다른 것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래서 꼭 고양이로 변신해야만 하는 그의 사연이나 연구소의 손정은의 직장내에서의 모습은 읽을때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함을 느끼게 했다.

오랜만에 읽었던 한국소설이었고 즐거웠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날 삶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와서 정면으로 우리를 노려볼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않건 간에 이질적이고 이종적인 것들은 우리 곁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세계라는 복잡한 플라스크 용기 속에서 그들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폐허를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