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책읽기'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8.04.29 비하인드 도어.
  2. 2018.04.28 미야베 미유키 - 가상가족놀이
  3. 2018.04.28 손원평 - 서른의 반격
  4. 2018.04.22 2018년 4월 22일까지 읽은 책들.
  5. 2017.07.18 조남주 - 82년생 김지영 9
  6. 2017.07.13 김숨 - L의 운동화.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9. 07:00

페이스북 '책 끝을 접다'라는 페이지에서 보고 구매한 책이다.  사실 우리집에 있는 많은 소설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하는 페이지다.  보면 재미있는 책도 많고 사실 그 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이 전부인 책도 있다.  이 책은 그 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외에도 결말까지 너무 재미있었다.

 

그레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다정하고 잘생기고 심지어 이름도 '잭 엔젤' 얼마나 멋진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그레이스.  게다가 그레이스 역시 완벽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그 부부의 모습은 완벽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일 뿐.  그레이스와 잭의 사이는 사실 인질과 인질범의 모습이다.  손님들이 가고나면 잭은 그레이스를 샤워실이 딸린 작은 방으로 가둬두고 음식도 주고싶을때 주며 모든 행동에 제약을 둔다.  잭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는 공포의 냄새를 맡고 그걸로 쾌감을 얻는 사이코패스이다.  그레이스가 잭의 곁에서 더 두려운 것은 잭의 목적이 그레이스가 아니라 그의 동생 밀리라는 것이다.

다운증후군의 밀리는 지금 학교기숙사에서 살지만 학기가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와 함께 살기로 한것.  그래서 그레이스는 최대한 밀리가 오기전에 이 상황을 정리하려한다.  그레이스와 잭이 펼치는 심리전이 책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긴장을 더해줬다. 

 

결말이 갑작스레 정리되는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그레이스에게는 가장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아쉬운건 그레이스와 잭의 사이를 조금 의아하게 바라봤던 에스더의 분량이다.  조금은 더 나올꺼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종료되어가는 시점에서 조금 나타난것이 아쉽긴 했다.

 

그래도 단숨에 읽었던 책이었고 이 책 이후에 두권의 책을 더 읽고 있지만 가끔 그레이스의 감금생활이나 이런것들이 종종 생각난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8. 21:00

우리집의 수많은 책중에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미야베미유키.

가상가족놀이라는 제목이 솔직하여 구매하였다.  사실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단순히 재미와 스릴보다는 그 이상으로 의미하는게 많아서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가상가족놀이를 하던 한 사람이 죽었고

그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었다.  현실의 가족에게는 좋은 가장이 아니었던 그는 온라인 상에서 다정하고 둘도 없는 남편과 아빠가 되어 있었다.  그의 살인이 한 여성의 살인과 수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 경찰은 두 사건을 연결하여 수사를 한다.  수사과정중에 밝혀지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색다른 반전이나 큰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중간중간에 많은 힌트들이 있어서 사실 어느정도 감을 잡고 읽었다. 

 

한 가정이 붕괴되고 붕괴되어가는 가정을 가까스로 유지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 가족의 모습이 그 책뿐 아니라 현실 곳곳에서도 흔히 있는 모습이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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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8. 13:40

서른이 된 이후부터 서른이라는 말을 보거나 들으면 감회가 새롭다.  서른의 반격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유에서 선택을 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반격을 시도 할 만한 나이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서른은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한, 그러니깐 새내기의 풋풋함은 어느정도 옅어진 느낌의 나이이다.

 

주인공은 김지혜.

그 흔하디 흔한 이름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한 아카데미회사의 인턴사원으로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언젠가는 좋은곳으로 정직원으로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인턴으로 최선을 다하는 서른의 나이.

 

지혜가 하루하루 버티는 와중에 동갑내기 신입인턴 규옥이 나타난다.  낯익은 얼굴의 규옥.  지혜는 얼마전 카페에서 있었던 황당한 소동이 생각난다.  박교수의 심부름으로 휴대폰을 들고 카페로 가던 중 박교수에게 큰소리로 한마디를 하며 따지던 그 젊은남자.  지혜는 규옥의 속내도 궁금했고 그 사건의 전말도 궁금했지만 둘은 그렇게 인턴을 하며 보낸다.

 

우클렐레 수업을 같이 듣던 중 친해진 몇몇 사람과 함께 세상이라는 바위에 힘껏 달걀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풀고싶은 마음에 지혜도 함께 한다.  그러다가 꺠닫는다.  바위가 꺠지지 않더라도 던지는 순간 짜릿함과 통쾌함을.  하지만 단순한 통쾌함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  그렇게 세상을 향해 엿을 먹으라고 소리치고 달걀을 던지던 그들도 차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지혜 역시 그의 자리로 돌아간다.

 

각자의 삶의 자리로가서 인생의 길을 걷게 되며 둘은 재회한다.

 

지금의 나이가 되고나니 어린나이에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치기 어린 생각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지혜역시 그랬을 것이다.  처음엔 웃으며 유쾌하고 통쾌하기했던 그런 행동들로는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도하고 조금씩 바뀌는거라고 믿는다.  한명이 달걀을 던질때 바위는 멀쩡하지만 열명이 백명이 던지기 시작하면 그 바위는 깨지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균열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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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2. 18:00

2017년 12월에 읽은 책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김영하의 단편집.  2017년 올해의 책으로 많이 뽑아서 유명하다.  김영하의 유명세만큼 재미있게 잘 읽었다.

 

전쟁에서 건진 별미들 - 윤덕노

내가 좋아하는 환타부터 인스턴트 커피 등 여러 기호식품들이 전쟁속에서 군사들의 편리함과 복지를 위해 개발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빽넘버 - 임선경

큰 교통사고 후 생사를 오가던 중 극적으로 살아난 주인공.  그 주인공은 그 후 타인의 등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숫자로 보게된다.  저승사자의 등장과 죽음과 생을 오가는 이야기로 드라마 도깨비가 종종 생각났다.  그러나 마냥 흥미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죽음이 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하는 책이다.

 

기린의 날개 - 히가시노 게이고

한 남자가 칼에 찔리게 된다.  그 남자가 살해 당한 이유를 추적하게 되자 십대 어린 소년의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자식 대신해서 잘못을 빌었던 한 아빠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

 

데드맨 - 가와이 간지

머리와 양다리 양팔이 다 다른 타인의 것이라면 나는 누구인가?  머리가 나라고 할 수 있나?  신선한 소재의 소설.  조금은 황당하지만 한번쯤은 상상해보고 생각해볼만 하다.

 

소실점 - 김희재

한 유명 아나운서의 죽음.  그 사건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  그는 아나운서와 섹스파트너였다고 주장하며 둘은 SM을 즐겼다고 주장한다.  용의자가 사이코패스인가 진짜 둘은 섹스파트너였나?  자극적이고 SM플레이에 대한 묘사가 있어서 읽다 거부감이 들긴 했다.

 

 

2018년 1월, 2월에 읽은 책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 요나스 요나손

그의 다른 작품들 처럼 서사가 나열되며 사건이 이루어지고 그 사건들은 황당하고 유쾌하다.  킬러지만 킬러같지 않은 모습의 안데레스와 계산에 빠른 성직자와 호텔보이의 이야기.

 

뚱보 내인생 - 미카엘 올리비에

제목에 끌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선택한 책.  뚱뚱한 벵자맹의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같기도해서 사실 감정이입 좀 했다는....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환생을 통해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  처음엔 중년의 남자와 십대소녀의 사랑이야기는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냥 전생에 이루지 못한 그 사랑을 환생을 거듭하여 어렵게 만나가는 이야기.

 

이야기로 알아보는 동물권리 - 한미경

대상이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쉽게 쓰여졌다.  특히 동물의 생명과 복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이 부족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해가 되도록 알려주는 책.

 

 

2018년 3월에 읽은 책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보모가 맡은 아이를 살해하는 현장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낳고 난 후의 나의 모습을 많이 떠올렸다.  우울하고 힘들었던 그 시기를 나는 어떻게 보냈는가.  비단 그런 고된 일상이 여성에게만 국한되는건 아닌지 돌이켜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상우일기 - 권상우

그 유명한 권상우가 아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차근차근 써온 일기를 책으로 낸 아이.  지금은 성인이 되었겠지.  이 책을 읽으며 일기를 쓴 상우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지금은 어디서 무슨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종료되었습니다. - 박하익

억울하게 살해를 당해 세상을 뜬 피해자들이 부활하고 가해자를 죽이고 다시 사라진다.  진정한 복수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뜨거운 피 - 김언수

김언수의 책은 재미있다.  건달 희수가 행복하길 바랬지만 결국 인숙이 떠나고 혼자 구암바다를 지키는 모습이 쓸쓸하게 기억에 남는다.  남초사회의 모습을 그린터라 다소 여성의 묘사가 거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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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7. 18. 09:30





이 책은 여성문제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제목만큼은 들어봤을 책이다.  물론 페미니즘 관련해서 입문서로 적당한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한국작가의 책이고 무엇보다 소설이라는 것.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공은 제목처럼 82년에 태어난 김지영씨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일생일대기를 그린 책이라고봐도 무방하다.  그녀는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다.  어렸을때 밥상에 맛있는 반찬은 아버지와 남동생 차지였고 그 이후에 갖은 나물이나 김치는 김지영씨와 언니의 몫이었다.  그냥 그녀는 그것이 빈정상하고 때로는 속상한 일이었을지언정 크게 문제될 것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온다.  그랬던 그녀가 점점 성장을 해오고 초경을하게 되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며 맞닥뜨리는 현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배제된다는 것이다.  여자라서 굴지의 대기업에 교수의 추천을 받지 못하는 현실.  여자라서 기획팀에 뽑히지 못했던 현실.
결혼후에는 여러 일가친척으로부터 2세문제에 대한 지적질.  임신후에는 그렇게 어렵게 취직했던 그 직장마저도 그만두어야하는 현실.  이런현실들이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현실을 보고 있는 듯해 답답했다.  

우리나라엔 수많은 김지영씨가 있다.  누구하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고, 막연히 그 고통과 수고스러움은 모성애라는 이유로 감내해야하는것이 되어버렸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그 주체가 여성이 아니라 뱃속에 아이로 보는 시선이 당연시 되어왔고 다만 여성은 아이를 낳는 하나의 도구로 여겨지는 것이 흔한 일이다.  또한 임신을 하면서 수많은 신체변화, 불편함은 12년의 교육과정에서 배우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육아와 가사는 온전히 여자의 몫으로 남겨두었고, 그로인해 직장내에서는 이래서 여자는 안된다니깐... 이라는 말로 모든 여성을 다 매도하고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슬펐다.  책에 나온 김지영씨가 나의 모습같았다.  김지영씨가 딸 지원이를 낳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아이스크림가게에 갔을때 거기서 일하고있던 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에요!"
라고 외쳤던 그 말이 ....
남자가 대학까지 나와서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있나싶다.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겪었을, 들었을 이야기다.  여성문제, 페미니즘의 관심이 없더라도 그냥 글자를 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나라에서 여자가 이렇게 살고있다고 그러니 더치페이니 김치녀니 여성상위시대라는 헛소리는 잠시 넣어두시라고........

결정적인 순간이면 '여자'라는 꼬리표가 슬그머니 튀어나와 시선을 가리고, 뻗은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돌려 놓았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곳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을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7. 13. 01:47

 

한 미술복원가에게 독특한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은 30년정도 된 운동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 운동화는 두짝다 있는것이 아니고 오른쪽은 분실, 현재는 왼쪽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상태가 굉장히 좋은것도 아니고 환자로 치자면 사망선고 바로 직전의 상태였던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고가의 미술품만 복원을 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만 복원하는것은 아니다.   죽은 아내가 생전에 그린 풍경화도 복원을 해보고 그의 복원엔 가격, 의로비, 예술적 가치 이런걸 떠나서 그의 손길이 닿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면 복원작업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운동화는 분명히 그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그는 운동화 복원에 많은 갈들을 한다.

그 이유는 그 운동화는 평범한 운동화라기보다 87년 6월의 항쟁의 불꽃이 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였다.  이한열 열사 기념관에서 죽어가던 그 운동화가 그의 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는 수없이 갈들을 한다.  하지만 그 갈등조차 복원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안된다는것을 잘 안다.  운동화는 운동화일 뿐 L을 넘어서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복원의 정답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결국 그는 복원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미술복원가가 민주항쟁의 한복판에 있던 이한열열사의 운동화를 복원의뢰를 받으며 시작한다.  그렇다고 87년도 민주항쟁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은 아니다.  말 그대로 미술복원가의 이야기와 운동화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누구나 다 신발을 신고다니는 요즘, 신발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발길 닿는 곳 모두 함께한 이 신발은 나의 삶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L의 운동화는 단순히 그냥 운동화가 아니다.  하지만 L을 넘어설수는 없다. 


그의 이야기속에는 운동화 이야기 뿐 아니라 자폐아를 키우는 선배복원가의 이야기, 미인도를 복원하느라 가정에 소흘했던 다른 선배의 이야기,  돌아와보니 이미 아내는 말기신부전증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미술품의 복원은 성공적이었으나 가정의 복원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이야기.  이런 주변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져 미술 복원의 이야기와 민주항쟁의 만남이 소설이 되어 새로이 탄생했다.

책을 읽다보면,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가 나온다.  한분한분 돌아가시고 나면 마지막 한 분만 남았을때 그때, 그 당시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게 김숨의 또 다른 소설 '한 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살포시 짐작해본다.


차분하게 생각하며 읽기 좋았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 일어난 민주항쟁을 더운 이 날씨에 읽으니 그때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한열 열사의 다른짝 운동화는 집회 후 분실물로 나왔으나 주인을 찾지못했다는 짧은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왼쪽만 남은 그의 운동화가 더 그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것을 잘 설명해주는것 같다고 느꼈다.


그 어떤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때는, 그것이 죽어 갈 때가 아닐까.  희미해져 갈때, 변질되어 갈 때, 파괴되어 갈 때, 소멸되어 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