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31. 00:04

15년전 한 마을에서 소녀 4명이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으로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하지만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고... 그렇게 기억속에서 잊혀진듯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이 시골에 삼수생 겸 백수인 '강무순'이 아홉모랑이에 낙오(?)가 되며 이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교회 목사님 딸, 조예은

아홉모랑이 종갓집 딸, 유선희

유명한 날나리였던 유미숙

폭력적인 아빠밑에 우울한 가정의 황부영.


도통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네명의 소녀가 한날 실종이 된것이다.  


풀리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며 각자의 기억 깊은곳에 숨겨둔 이 사건이 '강무순'이 여섯살때 아홉모랑이에서 그린 그림을 찾으며 시작된다.  그저 보물지도라고 생각하며 그림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갔더니 그곳에서 오래전 묻어놓은 '다임개술'을 꺼내게 되었다.  그 상자엔 젓니, 오각형 모양의 뱃지, 목각인형을 발견하게 된다.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지만 종갓집 꽃돌이를 만나며 하나씩 하나씩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  

굉장히 큰 음모가 있을지도 몰라.

시골이라 그럴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녀들은 각자의 사정에 의해 각자 없어진것이다. 

조예은은 동굴이 무너지면서 흙에 파묻혀 실종이 되었고, 유선희는 성폭행 후 임신을 하여 출산을 하고 그 후 사망하게 되어서 실종이 되었고, 유미숙은 그저 엄마아빠 몰래 남자친구 만나러 가려다가 그렇게 되었고, 황부영은 불행한 집을 뒤로 가출을 한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볼일 없는 일은 아니다.

조예은이 사라진 후 목사님은 딸을 찾아 고아원에 다녀오던 중 사망하였고 그 후 사모님은 딸이 우주로 가버렸다고 산속에서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딸과 교신을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어렵지만 산속에서 우주로 가버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작가라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영상이 그려진듯 하였다.  다만 아쉬운점은 꽃돌이와 강무순이 그냥 그렇게 끝난게 아쉽고 강무순이 아홉모랑이를 탈출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 후의 이야기를 펼쳐주길 바랬다.


요즘 날이 더워 시원하게 읽으려고 펼친 책이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띠지를 펼치기 전에는 잘 안보이지만

띠지를 펼치고 나면 할머니와 강무순으로 추정되는 두 인물 밑에 4명의 발이 보인다.

저것이 그 소녀들의 발이 아닐까?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28. 15:53

 

 

프랑스 대표 작가 모파상의 단편소설이다.  그의 작품은 '목걸이' '여자의 일생' 등 몇개 알고 있다.  이 <비곗덩어리>는 제목부터가 뇌리에 와서 박힌다.  또한 가터벨트에 뚱뚱한 저 여성의 일러스트 역시 궁금함을 자아내게한다.

 

프랑스 루앙이 프로이센에게 점령을 당한 후, 몇몇 유지들이 여행허가를 얻어 루앙을 떠나려고 한다.  커다란 승합마차에 몸을 실은 사람은 총 10명.  영세 소매상을 등쳐먹는 사기꾼 루아조부부, 면직공장을 여러개 운영하고 도의회 의원인 카레라마동 부부, 귀족 특권에 사로잡힌 백작부부, 수녀 두명, 정치인과 비곗덩어리라 불리는 창녀가 루앙을 떠나는 마차 안에 있다.  그들 모두 비곗덩어리를 보며 '매춘부'라던가 '창녀'라는 말을 써가며 서로 한 마차에 탄걸 불쾌해한다.  그러던 중 폭설에 마차가 좀처럼 나아가질 못하자 모두 추위와 배고픔에 사무치게되고, 미리 여인숙 음식을 먹기 싫어 음식을 준비한 비곗덩어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그녀에게 불쾌해한 과거는 언제그랬냐는 듯이 얼굴색을 싹 바꾸며 음식을 구걸하고 그렇게 그녀의 음식은 동나게 된다.

열세시간을 달려 토트에 도착, 여인숙에 하룻맘을 머물며 몸을 녹이고 시장을 해결하고 다음날 떠냐려하자 프로이센 장군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바로 비곗덩어리와의 하룻밤.  모두들 그 소식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프로이센 장군에게 분노와 불쾌함을 내비친다.  하지만 르아브르로 가는 길이 무기한 지체되자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창녀하나때문에 길이 막혔다며 원망을 한다.

급기야 수녀까지 거들어 우리가 생각하는 죄악이 신의 영광, 이웃의 이익을 위하여 실행되었을때는 대죄를 너그러이 용서한다는 강력한 논리로 그녀를 설득시킨다.  결국 그녀는 프로이센 장군과 하룻밤을 보내고 그 일행들은 무사히 토트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마차의 분위기가 화나게 한다.  모두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치라는 둥 그녀를 쓸모없는 물건처럼 내던졌다.  심지어 급하게 나오느라 음식하나 챙기지 못한 그녀에게 누구하나 빵조각 건네는 이는 없었고, 그녀는 르아브르로 가는 마차안에서 눈물만 흘리며 가게 된다.

 

그녀와 함께 마차에 탄 일행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보다 더 악하고 나쁘기 때문일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 인간의 본 모습이 아닐까싶다.  겉과 속이 다르고 내가 필요할떄와 그 후가 다른 모습이 비단 소설속 사람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같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는 요즘의 말이 부쩍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27. 03:13


2014년 4월 16일.

정말 거짓말같이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의 침몰.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팩션이라는 말이 적당한것 같다.  사실 세월호 관련된 책들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보고 사기만 해놓고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 힘들어서 펼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이라던가, 세월호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는 변화를 보면서 책을 꺼내들었다.  조금 무게를 덜었다고 생각했나보다.


맹골수도에서 잠수사들이 심해잠수를 하며 실종자들을 찾는 내용이다.  그러던 중 한명의 잠수사가 사고사를 당하고 그 일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류창대 잠수사가 피고인으로 고발된다.  류창대 잠수사를 위한 나경수의 탄원서로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 속 나경수 잠수사의 목소리로 듣게 된 맹골수도 현장은 정말 인력, 물품등 모든게 다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실종자들을 '모신' 잠수사들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감히 나같은 일반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고 실종자를 수습하고....


소설 속 나경수 잠수사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는 작년 겨울 세월호 희생자 곁으로 가셨다.  정권교체후 조금씩 진실에 가까워지려하는 이 모습을 보고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수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잊지 않을게요.

0416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18. 03:56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의 단편소설이다.  나는 <나를 찾아줘>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다.  사이코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의 제정신이 아닌 에이미며 약간 찌질하게 느껴지는 닉까지 거기 나오는 케릭터에 푹 빠져 영화까지 여러번 돌려봤다.

그 작가의 단편소설이라니!! 당연히 흥미로울 수 밖에......

단편소설이라 금방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 소재들이 이렇게 다 오싹함과 괴기스러움을 기본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나를 찾아줘>보다 훨씬 오싹하다. 


소설 속 '나'는 손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 손일이라는 것은 남자 손님을 상대로 수음을 하는 것.  손목통증으로 인해 손일을 그만두고 그 가게에서 점쟁이 노릇을 하며 돈 많은 손님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수전 버크라는 상류층의 여성의 의뢰를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큰 돈을 손에 쥘 욕심이 생긴 '나'는 수전을 그럴싸한 말로 넘어오게 만든다.  그녀의 고민은 의붓아들과 최근 이사한 집에 대한 것.  그 집은 낡고 오래된 빅토리아 풍의 저택이다.  그 곳에서 음산한 기운을 느낀다.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공포소설인가싶기도하지만, 그 이후의 반전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쪼는 맛을 느끼게한다.  특히 수전과 수전의 고민덩어리인 의붓아들 마일즈에 대해서는 반전과 반전이 있다.  그 반전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나는 언제나 옳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나의 직관과 감을 믿고 옳다고 생각한다.  정말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옳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옳은 것이다.


정말 짧은 시간내에 읽었다.  단편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경우는 정말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작가가 담고싶은 것들을 알차게 담아낸 소설이다.  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언제 또 무엇을 읽을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17. 03:59



캐비닛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무용 서류나 물품 따위를 넣어 보관하는 장이라고 한다. 소설 제목처럼 무언갈 보관하고 있는 캐비닛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표지만 보면 굉장히 유쾌한 사연들만 있을것 같다.

100번넘게 낙방하고 힘겹게 들어간 공기업 연구소에서 하릴없이 월급만 타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13호의 캐비닛'을 발견한다.  거기에 나온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권박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심토머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또 다른 인간의 형태를 의미하는 듯 하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싶은 사람,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 외계인과 전파교류하는 사람, 몇년간 잠을 자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해괴하기도하고 어이없기도 한 심토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여러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은 궁지에 몰린 인간이 방어기제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심토머들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즐겁기도하고 그들 사연과 이야기들이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 외에 다른 것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래서 꼭 고양이로 변신해야만 하는 그의 사연이나 연구소의 손정은의 직장내에서의 모습은 읽을때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함을 느끼게 했다.

오랜만에 읽었던 한국소설이었고 즐거웠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날 삶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와서 정면으로 우리를 노려볼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않건 간에 이질적이고 이종적인 것들은 우리 곁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세계라는 복잡한 플라스크 용기 속에서 그들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폐허를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



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5. 11. 6. 00:40

마트 정육점에서 일하는 쉰한살 심은옥씨는 주인이 불법도박으로 구속이 되어 실업자가 된다.  생활정보지를 뒤적뒤적이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심은옥씨는 구인광고 한켠에 스마일 흥신소의 구인광고를 보게된다.  그 길로 면접을 본다.  바로 심은옥씨가 재취업에 성공한다.  정육점에서 일을 했던 심은옥씨가 과연 흥신소에서는 어떤일을 할 수 있을까?

바로 킬러이다.  킬러라고하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죽이기는 커녕 어디 패싸움에도 껴본적 없는 심은옥씨가 왜 흥신소의 킬러로 취업이 되었을까? 

돈 삼천만원에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된 심은옥씨의 이야기.

무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살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게중에는 물론 죽어도싼 인간도 있었겠지만....

오랜만에 후다닥 흡입력 있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