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8. 4. 28. 13:40

서른이 된 이후부터 서른이라는 말을 보거나 들으면 감회가 새롭다.  서른의 반격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유에서 선택을 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반격을 시도 할 만한 나이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서른은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한, 그러니깐 새내기의 풋풋함은 어느정도 옅어진 느낌의 나이이다.

 

주인공은 김지혜.

그 흔하디 흔한 이름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한 아카데미회사의 인턴사원으로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언젠가는 좋은곳으로 정직원으로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인턴으로 최선을 다하는 서른의 나이.

 

지혜가 하루하루 버티는 와중에 동갑내기 신입인턴 규옥이 나타난다.  낯익은 얼굴의 규옥.  지혜는 얼마전 카페에서 있었던 황당한 소동이 생각난다.  박교수의 심부름으로 휴대폰을 들고 카페로 가던 중 박교수에게 큰소리로 한마디를 하며 따지던 그 젊은남자.  지혜는 규옥의 속내도 궁금했고 그 사건의 전말도 궁금했지만 둘은 그렇게 인턴을 하며 보낸다.

 

우클렐레 수업을 같이 듣던 중 친해진 몇몇 사람과 함께 세상이라는 바위에 힘껏 달걀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풀고싶은 마음에 지혜도 함께 한다.  그러다가 꺠닫는다.  바위가 꺠지지 않더라도 던지는 순간 짜릿함과 통쾌함을.  하지만 단순한 통쾌함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  그렇게 세상을 향해 엿을 먹으라고 소리치고 달걀을 던지던 그들도 차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지혜 역시 그의 자리로 돌아간다.

 

각자의 삶의 자리로가서 인생의 길을 걷게 되며 둘은 재회한다.

 

지금의 나이가 되고나니 어린나이에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치기 어린 생각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지혜역시 그랬을 것이다.  처음엔 웃으며 유쾌하고 통쾌하기했던 그런 행동들로는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도하고 조금씩 바뀌는거라고 믿는다.  한명이 달걀을 던질때 바위는 멀쩡하지만 열명이 백명이 던지기 시작하면 그 바위는 깨지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균열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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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아라곰순이 2017. 5. 17. 03:59



캐비닛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무용 서류나 물품 따위를 넣어 보관하는 장이라고 한다. 소설 제목처럼 무언갈 보관하고 있는 캐비닛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표지만 보면 굉장히 유쾌한 사연들만 있을것 같다.

100번넘게 낙방하고 힘겹게 들어간 공기업 연구소에서 하릴없이 월급만 타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13호의 캐비닛'을 발견한다.  거기에 나온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권박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심토머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또 다른 인간의 형태를 의미하는 듯 하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싶은 사람,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 외계인과 전파교류하는 사람, 몇년간 잠을 자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해괴하기도하고 어이없기도 한 심토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여러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은 궁지에 몰린 인간이 방어기제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심토머들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즐겁기도하고 그들 사연과 이야기들이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 외에 다른 것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래서 꼭 고양이로 변신해야만 하는 그의 사연이나 연구소의 손정은의 직장내에서의 모습은 읽을때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함을 느끼게 했다.

오랜만에 읽었던 한국소설이었고 즐거웠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느 날 삶의 중심으로 치고 들어와서 정면으로 우리를 노려볼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않건 간에 이질적이고 이종적인 것들은 우리 곁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세계라는 복잡한 플라스크 용기 속에서 그들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우리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폐허를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